모든 상대방은 크고작은 깨달음을 항상 주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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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안에서 느끼는 안전 : Trauma bonding

망가진 부부들의 모습이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TV에서 그대로 재현됩니다. 우리의 호기심과 안도감을 충족시키면서 말이죠. (프로그램 이름을 대면서 덕분에 자신의 부부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는 말들이 요새 심리치료 장면에서 왕왕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며 사람들은 의아해하죠. “아니 저렇게까지 힘들게 하는데, 왜 헤어지지 못하는 거지?”비단 부부관계에만 그치지 않고 심리치료 장면에서는 내담자의 이야기 속에 가족관계, 교우관계, 하물며 직장관계까지 역기능적인 관계를 다루지 못하는 issue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치료자의 마음속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포착되지요. ‘왜 이 해로운 관계를 못 끊을까?’건강하지 못한 관계에서는 힘의 불균형이 생깁니다. 학대자와 피학대자가 생기는 것이지..

심리치료 모음 2026.07.16

참아온 사람에게 함부로 '용서하라, 잊어라'고 조언하지 마세요!

심리치료에 어느 내담자가 힘겹게 옵니다. 어찌 왔는지를 살펴보고 탐색하다 보면, 꽤 가족의 문제 역동에 짓눌렸거나 혹은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같은 관계외상의 피해를 소화되지 못해 자기 삶을 희생시키다가 온 분이죠. 근데 그 내담자들이 상담실에 발걸음을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도움받아야 하는 이 내담자를 아니꼽게 보고, 나약함을 비난하며, 불필요한 짓을 한다고 불평합니다. 이런 주변 사람들의 말은 필요한 상담을 더 늦게 받게 만드는 장애물로 작용합니다.요새 시대에 심리상담 받는 게 뭐 그리 있어선 안될 일처럼 주변에서 저런 반응을 했겠나 싶기도 하죠? 근데 실제로 상담실에서 새로운 내담자로 오는 case의 3명 중 1명 꼴로는 이런 상황을 경미하게 혹은 심하게 마..

심리치료 모음 2026.07.09

감정표현과 감정배설을 구별하기 (feat. 상호조절)

우리는 감정에 대해 자율조절도 하지만 상호조절도 필요합니다. 상호조절이란, 타인을 통한 정서적 각성 안정화를 도움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주변 대상과 긴밀한 연결감을 바라죠. 이는 생존을 위한 물리적 협력의 목적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내가 감정적으로 버겁고 고통스러울 때 타인으로부터 지지와 위안을 얻기 위함이기도 합니다.마찰과 갈등을 마주했을 때, 내 정신세계에서 불만이 생길 때 우리의 교감신경계는 활발히 움직이며 과각성의 영역으로 진입시킵니다. 이런 과각성 상태는 투쟁-도피를 충동질하는데, 그럴 때 우리에게 직면한 사건에 적합히 대응하거나 주변의 기대를 충족한 반응을 해내기 어렵게 되죠. 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사회적 질서 안에서의 '적응'을 요구하므로, 과각성 상태가 여과 ..

심리학 모음 2026.07.01

수용을 인내나 체념으로 착각한다면?

하지만 우선 친절한 경고를 하겠습니다. 저는 내담자들에게 ‘수용(accepta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인내, 포기, 체념, 참거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용보다 더 나은 용어로는 공간 만들기, 개방하기, 인정하기, 허용하기, 투쟁 내려놓기, 함께 평화 만들기, 싸움에서 물러나기, 그것을 가 볍게/부드럽게/친절하게 잡기, 그것을 부드럽게 완화하기, 그것의 주변을 확장하기, 그것에 호흡을 불어넣기, 그것이 당신을 통해 자유롭게 흐르게 하기, 그것에 기대고 받아들이는 것 등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수용의 의미에 포함됩니다. 또한 많은 ACT 프로토콜들은 수용에 대한 대안으로 '기꺼이 하기(willingness)' 용어를 사용..

심리치료 모음 2026.06.22

임상심리사들의 결의 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임상심리 고유 전문성 수호와 국민의 안전한 심리상담 권리 확보를 위한 결의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이렇게 행동으로 움직여준 우리 선후배 선생님들께 무한한 감동을 받고, 이번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직은 약하지만 확신도 담고 왔습니다.국민 여러분은 제발 심리상담을 받기에 앞서 자격증부터 확인하세요. 여기 앉아 있는 그리고 생업을 놓을 수 없어 마음으로만 참여한 모든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이요. 그 엄격한 수련, 시험 기준을 다 통과하고 자격증을 따내고 나서도 이후로도 늘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며, 스스로를 더 다그치며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사는 선생님들입니다.어째서 그러하냐? 심리상담을 최소한의 기준까지는 배워서 모자람을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이란 권한을 내놓..

2026.06.12

단점과 결함, 실은 생존자원이었다"

심리치료를 하면서 치료자가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증상과 문제에 대한 ‘타당화’ 작업인데요. 내담자가 자기 단점 혹은 문제라고 여기는 부분을 내담자의 자기 이야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들을 토대로 ‘이해될 수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돕는 과정입니다. SE(감각운동심리치료)에서는 이를 생존 자원이란 내담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수월한 단어로 제시합니다. 사실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단점들은 상담실로 오기 전까지 간신히 삶을 버티게 만든 발버둥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치료자가 그런 관점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행여 자살 시도나 자해, 중독 행동 등의 증상과 문제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감내해주기가 더 되면서 내담자 행동 이면의 진솔한 내면세계에 접촉하기가 더 쉬워지죠. 또한 치료자..

심리학 모음 2026.06.09

심리상담은 희망 회로로 되지 않는다 (feat. Wishful thinking bias)

현재 심리상담을 모든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규정하려는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고유한 전문 영역이며, 정신건강복지법에 개별업무로 법제화되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더 많은 인력이 심리상담이란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선의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자살률이 줄어들 수 있어, 정신건강 예방정책이 성공을 거둘 거야’와 같은 희망 회로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전형적인 '희망적 사고 편향(Wishful Thinking Bias)'에 빠진 위험한 도박입니다.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정책 입안자들과 다른 직역의 일부 전문요원들은 "정신건강 분야 종사자라면 직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심리상담을 해낼 수 있을 것..

심리학 모음 2026.05.29

임상심리사란 직업 명칭, 심리상담이란 업무 명칭이 가리키는 것

저는 자격을 따고 나서 무수한 명칭으로 불려왔었습니다. 교육학 이수는 1도 하지 않은 주제에 사람들이 쉽게 명명해버리는 선생님(쌤)이란 명칭부터요. 상담사님, 임상쌤, 심리사님, 어떨 땐 병리사까지도 말이죠. 듣기는 선생님이 일상적이고 편하긴 했지만, 심리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명칭도 실질적으로는 착 귀에 달라붙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의 외국처럼 아예 서로 존댓말이란 개념도 없고, 직업으로 명칭을 부르지 않으며, 단지 치료자와 상담자가 서로 이름을 명명하는 문화였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 저희 직역은 ‘임상심리사’가 되고 싶었지만, 사실 교육과 수련의 정석적인 과정을 거친 저희에게는 임상심리사란 명칭은 저희에게 편하게 허용된 명칭이 아니었습니다. 병원 장면에서 저희는..

심리학 모음 2026.05.19

지식탐구를 며칠 잠시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5월이 다사다난하게 느껴집니다. 그 전에도 하루하루 생활이 밀도 있어 버거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네요.어머니의 새로 집을 구하는 문제,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탓에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과 심리학계에 처해진 받아들일 수 없는 직업 및 사회 issue 문제, 유치원 행사도 겹쳐진 아이의 육아 관련 역할까지 추가로 얹어지고 있어요.물론 주변 지인이나 남편에게는 감정을 풀어놓기는 합니다만, 감정을 풀어놔도 너무 중요한 issue가 세 가지나 겹쳐지게 되니 솔직히 짜증이 잘 환기되지 못합니다. 이런 저의 상태가 내담자들과의 상담에서 아예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 인정되기에 경계하면서도 저를 다그치는 태도가 저의 감정의 그릇을 넓히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저..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