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대방은 크고작은 깨달음을 항상 주는 존재이다

심리치료 모음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자기인식, Johari의 창

psyglow 2025. 6. 25. 23:39

집단 리더와 집단원들에게 자기개방과 피드백에 대해 가르칠 때 사용되는 유명한 성격 패러다임인 Johari의 창은 개인치료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중략)

1분면 : (자신과 남들이 알고 있는) 공개 자아 Open Area / Public Self (예: 말, 표현된 감정)

2분면 : (자신은 모르지만 남들이 알고 있는) 눈먼 자아 Blind Area / Blind Self (예: 말투, 무의식적 방어, 부정된 감정)

3분면 : (자신은 알지면 남들은 모르는) 은폐 자아 Hidden Area / Private Self (예: 트라우마, 수치심, 비밀)

4분면 : (자신도 남들도 모르는) 미지 자아 Unknown Area / Undiscovered Self (예: 억압된 기억, 잠재된 자아상)

사분면의 크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칸이 더 크고 다른 칸이 작게 나타날 수 있다. 심리치료에서는 이런 네 가지 측면의 크기를 조정하려고 시도한다. 치료자들은 환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서 우선은 치료자에게, 그리고 점차 선별적으로 환자 주변의 적당한 사람에게 자기개방의 과정을 통해 다른 세 칸을 축소하여 공개 자아 칸을 확대하고 은폐 자아 칸은 줄여나가도록 도와준다. 물론 우리는 환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발견하게 되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미지 자아의 크기를 줄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개인치료나 집단치료 모두에서 특별히 초점을 두는 것은 두 번째 칸인 눈먼 자아이다. 치료의 목적은 현실과의 괴리를 줄이고 타인의 시각으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눈먼 자아의 크기를 눈에 띄게 줄이는 것은 피드백이라는 작용을 통해서 가능하다.

집단치료에서 대부분의 피드백은 집단원들 간에 이루어진다. 집단회기에서 집단원들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게 되고 이를 통해 대인관계 패턴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단이 제대로 이루어 지면 집단원들은 자신이 남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되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다른 집단원들로부터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피드백은 미묘한 도구이며 집단원들은 다음의 조건이 충족될 때 피드백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 피드백은 지금-여기의 관찰 결과에 기초한다.

2. 가능한 지금 일어난 일 자체에 대해 피드백을 한다.

3. 말한 사람의 동기에 대한 추측이나 해석보다 들은 사람의 구체적 인 관찰 내용이나 느낌에 초점을 둔다.

4.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다른 집단원들의 피드백을 체크하고 합의점을 찾는다.

2인 구조인 개인치료에서는 피드백의 다양성과 양적인 측면이 다소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은 치료과정에 기여도가 높은 부분이다. 피드백을 통해서 환자는 자신의 행동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출처 : 치료의 선물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된지 20년이 지난(그래서 원서는 더 오래된) Yalom의 저서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집단치료를 배웠다는 사람이 저 분의 이름을 모른다면 일단 믿고 거르시면 될 정도이지요. 위의 내용은 심리치료에서 일어나는 피드백에 대한 현상을 Johari의 창 개념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Yalom은 심리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 2분면, 눈먼 영역을 꼽았는데요. 그 이유는 모든 심리치료의 주 목적, 성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Yalom의 치료가 인지행동치료보다는 정신분석에 상대적으로 더 치우쳐져있는 부분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스스로 건강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굳이 심리치료 장면에 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주요한 양분이 되는 것이 바로 치료에서의 피드백이지요.

개인치료가 치료자를 통해서만 피드백을 받는 것과 달리 집단치료에서는 집단원들을 통한 피드백도 얻을 수 있습니다. 내담자가 한 명의 치료자를 통해서만 받는 것보다 집단원의 피드백을 치료자의 안전한 지도 하에 수렴하는 것으로 현실검증을 더 수월히 만들고, 피드백을 참고한 자기관찰을 독려하기가 쉬워집니다. 개인치료가 폐쇄적이고 관계경험의 활성화가 제한되어 있는 관계라 한다면, 집단치료는 관계 체험이 더 풍부하고, 그것은 현실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 역동을 더 닮은 이점을 지니기도 하지요. 물론 이런 피드백이 기능적이기 위해서는 치료자가 집단원들을 조율하는 역량과 집단원들이 집단의 규칙을 수용하는 것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집단치료가 아니더라도 개인치료에서도 저와 같은 자기인식 및 대인관계의 상호적 개념을 치료자가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결국 심리치료는 무익한 방어를 걷어내어 자비심을 갖고 스스로를 수용하며, 남들이 아는만큼 자신을 알면서(자기인식) 원치 않는 대처의 실수를 줄이도록 돕고, 진짜 자신의 표현과 실현을 현실과의 균형을 유지하며 해나가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니까요. 

이 글을 접하는 여러분도 저 개념을 가진 상태로 자신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것을 시도해보세요. 물론 스스로 자기를 들여다볼 때에는 주로 공개영역과 은폐영역 위주로만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것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자기 앎 중에서 얼마나 남들에게 공개하고 또한 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세요. 내가 비밀로 하고 싶고 차마 드러내지 못하겠다고 여기는 것이 많다면 그만큼 사는게 힘들어져 있을 것이고,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일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