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대방은 크고작은 깨달음을 항상 주는 존재이다

10명 잡고 물어봐라. 10명 다 네가 틀렸다고 할 거다!

psyglow 2025. 4. 22. 10:30

너 지금 밖에 나가서 사람들 잡고 물어보자. 네 말이 맞나, 내 말이 맞나. 10명 잡고 물어봐라. 10명 다 네가 틀렸다고 할 거다!.”

갑자기 이게 웬 말이냐고요? . 제가 어린 시절 제 어머니로부터 정말 자주 들은 타박 멘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실은 국민...)엔 정말 많이 들었던 거 같고요. 그리고 또 청소년기도 간간이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대학 가고, 물리적 거리로 독립이 이뤄진 후부터는 저 레파토리를 못 들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여러 차례 개인이든 집단이든 심리치료의 내담자가 되기도 했는데, 이 레파토리 이야기는 한두 선생님께만 개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말 저 말을 듣던 당시, 어머니의 저 레퍼토리가 시작하면 아득하고 머릿속에 마치 불이 탁 꺼지듯 깜깜해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마치 몸이 약간의 해리가 된 듯한 신체감각도 활성화되고 있군요.

, 저런 말이 나오게 되었을 때 제가 말한 생각이나 욕구가 마땅치 않은 것들도 있었겠다는 객관적 인식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명료한 기억이 한정됨에도 그건 확실합니다, 마땅한 것들도 꽤 있었다는 점을요. 같이 나가서 사람들을 붙잡고 이건 따져 물어봐야겠다고 마음 한 편에 자리한 생각들도 자주 있었으니까요. 근데 막상 그렇게는 한 번도 못해봤어요. 그땐 그렇게 치기를 부리지 못하는 용기 없는 제가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어른이 되어 그때의 저를 돌아보면 그걸 따져 물어야 하는 제 처지에 대해 속상함도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 민망도 하고, 또 아마도 심리적으로 힘든 어머니를 더 힘에 부치게 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제게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무엇이 되든 생각과 욕구를 가진 것만으로도 비방을 받아야만 하는구나의 훼손된 신념이 저를 잠식했던 거죠. 대개는 잘 통제된 아이처럼 생활해 왔지만 정신적으로 힘이 딸렸던 그 아이는 몰래 떳떳하지 못한어떤 욕구들을 충족해야만 했고, 저의 경우는 주로 먹는 것이나 (수능과 관계없는)책 읽기, 게임으로 보충했던 것 같습니다. 뭐, 커서는 연애도 몰래 했기도 하고요.

요새의 어머니는 어떠냐고요. 저 레퍼토리의 말은 나오지는 않으십니다. 그러나 마흔이 넘은 딸임에도 여전히 자기 생각과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식을 주입하고픈 욕구는 남아있으시고 세뇌 시도도 하십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하나 예로 들어보면,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 걸 굉장히 싫어 하십니다. “그거 공부해서 뭐하는데 쓰냐? 내가 널 대학전공을 잘못 보내 가지고 널 그렇게 만들었다.”라고요. ‘하하, 엄마, 난 과거로 돌아가도 절대 엄마 가라는 데 안갈 건데요?’

, 저는 저희 엄마 기준으로는 잘 키운 딸에 실패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요. 제 기준으로는 그럼에도 잘 큰 딸도 맞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 저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겼던 어느 성취가 이뤄진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것은 제가 어쩌다대입 때 심리학이란 전공을 잘 찾아간 운과 그 덕에 거리낌 없이 받게 된 심리치료의 경험들이 작용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관찰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비록 양가감정이 있는(또 안쓰러운) 어머니의 말들이 자주 나를 자극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자극과 또한 만족스럽게 조절되지 않는 내 욕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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