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딸은 세돌 되기 전 무렵의 언젠가부터 이불에 돌돌 말려서 안기는 걸 즐겼습니다.
그 전에도 아침에 깨면 침대에서 몸 구석구석 쓰다듬어주고, 뽀뽀해주고의 신체적 교감을 해주는 편이었는데요.
그런 선호가 생긴 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꼭 이불로 감싸 번쩍 안아서 쇼파로 옮겨주고, 쇼파에 같이 누워 끌어안아주는 의식을 하고 있어요. 아이가 당장 뭘 요구하는 게 없으면 10분 정도 그 채로 끌어안고, 눈 맞추고를 해주고 있습니다.
힘들지 않냐고요? 하나도 안 힘들다는 절대적 거짓말이죠. 좀 힘든 면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아이는 아침에 저보다 거의 일찍 일어나 저를 깨우는 편이에요. 그러기에 그 때의 제 상태는 자다 깨서 비몽사몽이고, 몸도 안 풀린 상태인데, 16kg가 넘는 애를 안아든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가급적 몸이 아픈 날이더라도 이러한 교감을 주고받는 루틴은 이어가는 중입니다.
왜 꼭 그러려 하느냐? 아이가 매일 맞이하는 하루를 설렘과 안정감으로 시작했으면 좋겠고, 이른 나이에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가서 사회생활이란 걸 해야 하는 아이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도 마음 한켠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또 저도 안고 가는 것의 힘듦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보다 아이와 접촉하며 얻는 그 순간에 머무르고자 하면서 위안감과 사랑, 가치로움을 체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 또 이렇게 생각이 되뇌어지기도 하죠. '언젠가 얘가 이런 루틴을 거부할 날도 있을거야. 그 전에 맘껏 누리자.'라면서요.
가족과 같이 생활하시는, 혹은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루틴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또 만일 없다면 좀 더 우리의 매 일상생활에 살아있음을 알아차리게 해주고, 연결감을 체감하는 순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러한 규칙적인 교감 활동을 고안해내보시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레 제안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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