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는 글렀어요. 망했어요. 돌이킬 수 없어요. 원래 난 이런걸요.”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특히 우울의 증상이 있는 내담자들에게서 저런 뉘앙스의 말은 일상처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저런 말을 상담실에 와서 해준다는 것은 내담자로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상담실에 와 있는 상태란 증상을 겪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록 ‘혹시나 괜찮아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의식에 잘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의식 아래에 있더라도 발걸음이 옮겨지는 무려 ‘행동’을 했다는 말이니까요. 내담자들의 저 말은 이런 의미입니다. ‘나는 반복된 문제에 빠져 있고 나름대로 빠져나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어요, 내가 가진 문제는 이미 습관이 되었고, 끊을 수 없는 패턴화가 되어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효용이 낮은 대처를 해보기만 하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