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심리상담을 모든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규정하려는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고유한 전문 영역이며, 정신건강복지법에 개별업무로 법제화되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더 많은 인력이 심리상담이란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선의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자살률이 줄어들 수 있어, 정신건강 예방정책이 성공을 거둘 거야’와 같은 희망 회로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전형적인 '희망적 사고 편향(Wishful Thinking Bias)'에 빠진 위험한 도박입니다.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정책 입안자들과 다른 직역의 일부 전문요원들은 "정신건강 분야 종사자라면 직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심리상담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오도하고 있습니다. 만약 심리상담이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위로’의 차원이었다면 반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심리상담은 내담자의 내면세계와 방어기제를 분석하고, 트라우마를 안전하게 다루며, 자살 위험을 세심하고 근거 기반의 접근방식으로 다루는 고도의 임상적 개입입니다. 그렇기에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난 횟수만으로는 절대 역량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심리상담에 굳이 ‘심리’가 들어가는 이유는 심리학에 대한 지식적 기반이 요구되고, 자격취득 과정에서도 심리학적 교육과 수련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상심리사를 제외한 다른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자격 과정에는 심리학의 수학(修學)이 빠져 있습니다. 충분한 임상심리학적 수련 없이 섣불리 상담에 나서면 내담자의 정신과적 증상의 적기 개입과 위험 신호를 놓치게 되고, 상담 관계가 오히려 상처로 남을 수 있으며, 트라우마를 건드리게 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 문제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정말 질을 포기한 양을 원할까요?
그들은 다학제적 협력 체계를 요구하며 임상심리사들에게 심리상담이란 명칭을 내놓으라 하고 있습니다. 다학제적 협력 체계란, 다른 학문 분야나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의 지식과 기술을 나누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즉,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함께 팀플레이를 하는 방식"이죠. 이것은 서로의 업무 영역을 존중하며, 상호작용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지, 같이 논의해 내놓은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 "우리 타자는 공을 잘 맞추는 역량 좋은 선수니까 투수도 잘할 거야"라고 믿고, 희망적 사고 편향에 빠져 타자를 투수에 배치한다면 그 팀이 이길 수 있을까요? 투수는 던지고 타자는 공을 쳐야 합니다. 정신건강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희망적 사고 편향에서 벗어나 직역별 고유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N수가 부족하게 여겨지는 직역에 대해서는 전문성의 요구 체계를 질이 하락하지 않는 수준을 확보하면서 인력 확대 방안(수련처 확대, 고유 업무를 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관의 변화와 확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의 추진은 전문성을 재는 기준을 깡그리 무시한 채 서류상의 인력 수치만 늘리려는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비현실적인 긍정 기대에 결국 피해받는 것은 국민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이 가장 잘 훈련받은 영역에서 국민을 안전하게 도울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는 행정의 처리에 제대로 힘써야 할 것입니다. 간호 직역은 의료적 안전망의 역할을, 사회복지 직역은 사회적 연대와 자립 지원을, 작업치료 직역은 일상생활 기술의 재활을, 그리고 심리 직역은 과학에 기반한 심리적 적응을 돕습니다. 이 네 가지 고유 업무는 각각의 전문성이 그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으며, 존중받고 보장받아야 합니다.
희망적 사고 편향 (Wishful thinking bias) :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하지 않고, 단순히 부정적 생각보다 긍정적 생각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 내리는 현상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나 부정적인 결과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가져옵니다. 뇌는 당장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다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을 선택해 버리는 것입니다. 가벼운 희망적 사고 편향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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