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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모음

임상심리사란 직업 명칭, 심리상담이란 업무 명칭이 가리키는 것

psyglow 2026. 5. 19. 00:14

출처 : Gemini

저는 자격을 따고 나서 무수한 명칭으로 불려왔었습니다. 교육학 이수는 1도 하지 않은 주제에 사람들이 쉽게 명명해버리는 선생님()이란 명칭부터요. 상담사님, 임상쌤, 심리사님, 어떨 땐 병리사까지도 말이죠. 듣기는 선생님이 일상적이고 편하긴 했지만, 심리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명칭도 실질적으로는 착 귀에 달라붙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의 외국처럼 아예 서로 존댓말이란 개념도 없고, 직업으로 명칭을 부르지 않으며, 단지 치료자와 상담자가 서로 이름을 명명하는 문화였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 저희 직역은 임상심리사가 되고 싶었지만, 사실 교육과 수련의 정석적인 과정을 거친 저희에게는 임상심리사란 명칭은 저희에게 편하게 허용된 명칭이 아니었습니다. 병원 장면에서 저희는 미미한 인원수로 인해 임상병리사와 자주 헷갈리는 잘 모르는 어중간한 직역으로 인식됐습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정신보건)’이란 긴 명칭이 앞에 붙여지며 더 입에 달라붙지 않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이게 제일 패착이었던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간명하고 짧은(그조차 길다고 하시지만…. 세 글자가 우리 국민에게는 최대치입니다!!!) 임상심리사란 명칭은 2002년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제도가 생기면서 눈뜨고 넘겨주게 되었던 겁니다.

그래도 제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자격을 따고, 대학원을 병행하며 일을 시작한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심리치료나 심리평가의 업무는 정석적인 과정을 밟아온 임상심리사들의 영역으로 당연시 이해되었습니다. 원래의 정신보건법에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과거 명칭)의 고유업무는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로 명기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경 Psychotherapy인 심리치료란 용어가 심리교육과 심리상담으로 대체되고,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재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행이란 것만 남겨놓은 채 법령 문구가 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정신치료 건강보험 수가 개편이 이뤄지면서 정신보건법 내의 직역 중에서 실질적으로 CBT란 심리치료를 가장 많이 해오던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역할과 권한이 상실에 가까운 수준으로 박탈되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의료장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과 연관된 지역사회 장면에서까지 CBT를 포함해 심리치료란 단어가 심리사들에게 앗아져 간 결과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심리학자들은 안일했습니다. 임상심리 분과의 권한이 이토록 축소되었으니 여기가 바닥일 거라 믿었습니다. 주식 할 때의 격언이 떠오르더군요. 지금이 바닥일 줄 알았는데, 그 밑의 땅굴도 있습니다. 현재 임상심리학 전공자만이 아닌 심리학계 전체가 '심리상담'마저 다른 직역과 아무런 구분 없이 공유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고작 심리상담이란 용어다, 단어 하나가 뭐가 그리 중하디, 사람의 심리를 돕는 상담은 다 심리상담 아니겠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념적인 틀(frame)은 매우 강력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심리상담이 되는 순간 내담자들은 내가 받는 것이 정석적인 심리상담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심층의 심리치료가 필요한내담자들은 오해합니다. 역시 심리상담으론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구나. 그리고 박탈감을 느낍니다.이것 봐. 내 문제는 전문가마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야로 말이지요.

왜 다른 직역의 사람들을 심리상담이란 걸 못 하는 것으로 너희들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냐.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다른 거 다 빼고 (전문성에 대한 우리 직역의 강박, 노력, 거의 석사들만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 이런 것들 다 제쳐두고요) 그저 자격 과정에 대한 것만으로 저희는 근거를 들어드립니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전문가들의 자격 규정에 명시된 최소한의 심리학 이론에 대한 이수(2급 기준으로 대학 필수와 선택을 합쳐 최소 10과목), 그것도 당연히 부족하다며 수련 과정에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교육과 실무 수련이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너희만 해야 하는 것이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우리도 실무 하다가 심리학과 상담 능력이 필요해 보여서 이것저것 교육 들으면 결국 비슷해지는 거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래요. 다른 직역의 분들이 실무를 하다가 부딪힌 한계와 더 나아지고자 하는 향상심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가집니다. 사람을 제대로 돕고자 하는 마음은 그 진정성을 인정받아 마땅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진정성이 있다면, 그래서 심리상담이란 이 부분마저 내 것으로 만들어 서비스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여러분도 저희와 같은 과정과 수련을 거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논리로 저희를 압박합니다. 다른 직역들에게 심리상담이란 공통업무를 허용하는 대신 앞으로 심리상담에 대한 보충교육을 듣게 하면 된다라고요. 그 논리대로인즉슨 의학 지식 교육을 들으면 의료인의 업무를 허용해주고, 법 관련 교육을 들으면 법조인의 업무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동일시할 수 없는 것을 같은 것이라 포장해달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밥그릇 싸움처럼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전문성에 대한 존중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변호를 잘하는 변호사가 있고, 변호 실력이 별로인 변호사가 있을 겁니다. 또한 변호 업무에 최적화된 역량을 가진 일반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 를 변호사로 인정하고, 고유의 업무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에게는 변호사를 도전해보라고 독려하겠죠. 여기에서 핵심은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했느냐입니다.

저는 다른 정신건강전문요원 분들께 정중히, 그리고 단호하게 묻고 싶습니다. 정규 과정과 혹독한 수련을 거친 임상심리사들조차 매번 한계에 부딪혀 슈퍼비전과 개인분석을 찾고, 교육에 매달리는 것이 여러분이 얻고자 하는 심리상담이란 역할의 무게입니다. 이것을 고귀한 여러분들 본연의 업무와 병행하며 안전하게 소화해 낼 여력이 진정 있으십니까?

상담이란 작업 앞에 붙이는 심리란 단어는 심리학적 기본 소양이 근간이 되어 한 사람의 심층적인 마음을 다루는 일에 대한 '전문성의 무게'이자, 내담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