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대방은 크고작은 깨달음을 항상 주는 존재이다

심리치료 모음

상대의 감정과 의도, 맥락을 우리는 ‘모른다’

psyglow 2026. 3. 16. 16:09

심리치료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내담자들의 독심술과 그에 대한 확신이 꽤 강한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신기한 건 내담자들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대인관계기술이 능숙하지 않은 분들이 더 이런 추측에 믿음을 많이 가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눈으로 포착이 쉬운 분노, 슬픔과 같은 확실한 감정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파악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1:1로 많이 마주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작업한 저조차도 때로 비슷한 결(각성)의 감정을 말과 움직임의 표현만으로 때때로 못 구별한단 말이죠. 그래서 추측이 맞는지 질문하거나 표정을 읽어 드리는 것을 통해 내담자들의 감정을 답으로 얻습니다.

근데 더 알 수 없는 것은 저 사람에게서 감정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유와 과정에 대한 정보입니다. 만일 내 감정일지라도 스스로 왜, 무슨 근거로 일어났는지 못 알아챌 경우가 있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별것 아닌 말에 화가 났습니다. 근데 돌이켜보니 그 순간 내가 왜 하필 화가 났는지, 그 정도 강도로 강하게 느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거죠. 자기 관찰(알아차림)이 잘 되고 있어야 그 감정 상태를 겪고 있는 나의 맥락(ex. 컨디션, 비슷한 일의 역사, 머릿속에 갑자기 지나간 상대에 대한 기대)을 살피며 알아낼 수 있는 것인데요. 그러니 감정을 겪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때로 당사자도 모르는 이유를 상대인 우리가 더 잘 알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겠어요? 내가 추론에 쓴 정보는 내가 아는 상대의 맥락 중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데, 그 정보 외의 것이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니까요.

아래 발췌한 글에서는 상대의 감정과 의도를 잘못 읽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오셀로의 오류를 가지고 와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상대의 표현된 말과 행동만으로 우리는 상대의 감정과 생각, 입장을 다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여기 나온 오셀로는 자신이 가진 믿음에 상대의 반응(무서움과 슬픔에 떨리는 몸)을 왜곡해 자신의 추론(들켜서 보이는 반응)에다 구겨 넣는 확증편향을 보였습니다.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동안에는 내가 떠올린 정서적 추론이 가장 강하게 와닿고 정답이라고만 여기게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강도가 다소 안정된 후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간격을 마련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고요. 더불어 상대방을 다 알 수 없다.’라는 겸손한 자세가 제일 필요한 것이지요.

감정신호가 그 감정의 원천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상대가 화가 났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말이다. 그 화는 우리를 향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내부로 본인 스스로를 향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우리와는 관계없이 방금 기억해낸 어떤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일 수도 있다. 때때로 우리는 주변 맥락을 통 해 그 이유를 알아낼 수도 있다. 당신이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조니. 오늘 밤 친구들하고 영화 보러 가지 말아야겠다. 집에서 동생을 돌봐줘야겠구나. 아기 봐주는 사람이 못 온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버지와 나는 저녁 만찬에 가야만 해." 조니 가 화난 표정을 짓는다면. 아마 당신이 자신의 계획을 방해했기 때문이리라. 거기에는 부모가 자신의 약속보다 본인들의 저녁 약속을 더 중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의 약속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 정도로 낙담한 자신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다. 이럴 확률은 낮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

우리는 '오셀로의 오류'를 피해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오셀로가 자신의 아내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사랑한다며 그녀를 비난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오셀로는 그녀가 자신을 배반했으므로 그녀를 죽일 것이니, 그녀에게 죄를 자백하라고 강요한다.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카시오를 불러달라고 오셀로에게 간청하지만, 오셀로는 이미 카시오를 살해했다고 말한다. 데스데모나는 이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으니 오셀로가 자기를 죽이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데스데모나 : 아아, 그는 배신을, 난 파멸을 당했구나.
오셀로 : 이 매춘부야. 내 앞에서 놈을 위해 울고 있어?
데스데모나: 오, 여보, 절 내쫓되 죽이진 마세요.
오셀로: 꿇어. 이 매춘부야!

출처 : Gemini

오셀로의 오류는 데스데모나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고뇌하며 두려워하고 있음을 오셀로는 알았다. 그의 오류는 감정이 하나의 원천만을 가진다고 믿고, 그녀의 고뇌가 연인이라고 여겨지는 카시오가 죽었다는 소식 때문이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또한 그녀의 두려움을, 배신을 들킨 부정한 아내의 두려움이라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했다. 데스데모나의 고뇌와 두려움이 다른 원인에서 유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셀로는 그녀를 죽인다. 데스데모나의 고뇌와 두려움은 강렬한 질투심을 가진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게다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한 결백한 여인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오셀로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은 유혹에 저항해야 하며, 상대가 왜 그런 감정을 보였는지에 대해 우리가 가장 그럴듯하다고 추측하는 이유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없을까 하고 숙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려움은 많은 원천을 갖고 있다. 붙잡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죄인의 두려움은 의심받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결백한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과 똑같다. 감정신호는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또 다음 순간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한 가지 이상의 가능성이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이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맞서 싸울 수도 있다.

출처 : 표정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