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다행인 이유
김경일 교수님이 서문에서 제목처럼 제시한 문구입니다. ‘저런 속상한 말을 다행이라 하다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좌절을 경험해야 합니다”란 말을 특히 내 아이에게 갖다 댈 때 부모님들은 거리낌을 보이시거나 드문 일부는 질색하기까지도 하시지요. 내 애만큼은 그렇게 좌절을 되도록 안 겪고 덜 겪으며 살게 하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걸음마를 배울 때 엉덩이 쿵 하듯 세상에 적응해 살기 위해서는 세상사를 배워야하죠. 근데 세상을 배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마주해 쿵 하는 경험을 포함하게 되지요. 물론 다리가 상하거나 엉덩이 뼈가 빠질 정도의 경험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적절한’이란 형용사를 붙인 것이지요.
좌절이 적절하도록 성인기 전 어린 시기에는 그것을 조율해주는 부모의 역할이 많이 중요합니다. 실은 임상장면에서 마주하는 모든 연령의 내담자,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이 좌절 경험이 부모로부터 잘 조율되지 못한 어린시절 경험들이 존재하였거든요. 예전에는 주로 좌절 경험의 영향이 큰데, 그걸 부모가 적당 수준으로 조절하기를 실패하거나 조절을 해줘야 한다고 여기지 못한 case들이 더 많았었는데요. 10년 정도 전부터는 점차 필요한 좌절과 행동 제약을 못 경험한 case들이 많아진 게 제 경험적 인상이었습니다.
곧 만 4세를 향해가는 저희 아이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속삭이는 말이 요새 있지요. "지도 겪어봐야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를 알지"라는 말을요.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저희 아이에게 감당 못할 좌절을 시키는 것까진 아닙니다. 지금 시기야 정말 되도 않는 억지를 부려서 완고한 뜻이 꺾일 필요가 있는 상황들에서 그러지요.) 저는 제 아이가 좌절을 안 겪고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 책의 개념처럼 적당한 좌절을 점진적으로 겪어가서 나중에 자연스럽게 겪을 삶의 좌절들 정도는 좀 불편을 느낄지언정 역경 축에 끼지 않길 바라니까요.
그럼 성인은 어떡하냐고요? 이 책에서도 좌절 경험이 잘 조율되지 못한 채 성장한 성인도 추후로는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지요. 성인이 만일 스스로 좌절 경험이나 다루는 힘이 모자란 것이 깨달아진다면, 실은 좌절 경험에 좀 더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하지요. 결국 경험한 만큼 내성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 심리적 충격을 그대로 다 받기보단 자기 내면을 살피거나 주변 지지자원들을 잘 활용하여 좌절이 준 영향의 정도를 조절하긴 해야하죠. 만일 그게 원활하지 않을 경우라면 그 때서야 생각해볼 수 있는게 심리상담, 심리치료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전 세대를 아울러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론을 크게 어렵지 않게, 여러 예시를 들어가며 잘 설명해 두 저자께서 쓰셨습니다. 게다가 현 우리 시대상의 여러 문제들을 가져와 덧붙여 설명해주십니다. 예를 들면, 집 안으로 가출하는 아이들, 4세고시나 7세고시, 엄마가 직접 직장에 등판한 사건, 위태로운 나르시시스트의 탄생,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 늘 타인의 기준을 좇는 사람, 세상이 나만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이요. 그래서 이제 성인으로서 책임을 감당해가고 있는 2-30대 분들도, 곧 아이를 낳거나 아이가 있는 기성 새대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그러면서도 자기 심리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도, 또 자녀를 다 키워놓고 새로운 노년의 삶을 꾸려가는 어르신들도 와닿을 내용이 분명 있으리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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