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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모음

건강한 내적 경계(boundary) 추구해나가기

psyglow 2025. 5. 16. 13:23

출처 : Gemini

살다보면 나와 생각이 유사하고 대처방식을 비슷하게 추구해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실은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어린 시절의 경우는 아직 발달과정에 있고,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비슷하다보니 차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되는데요. 학교를 들어가고, 점점 학년이 높아지며, 사회에 나오게 되면서 남의 생각이 나와 같지 않구나를 뼈져리게 체감해가며 살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객관성이나 보편성을 부여하는 관념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마저도 나중에는 "아 난 이게 객관적이라 생각했는데, 이것만큼은 남들도 보편적으로 그렇다할 줄 알았는데..."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깁니다. 이렇게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바, 나의 느낌과 감정 등이 남과 다름을 느낄 때, 당신의 마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저 사람을 부정하고 잘못했다고 생각하나요? 내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나요? 왜 사람들끼리 이렇게 생각 차이가 생겨야만 하는지 불만스럽나요?

과거 사회보다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특히 더 다양성이 허용받고 공존하는 속성을 지녔습니다. 그러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방략, 세상의 요구가 존중의 태도일 것입니다. 또한 그 존중은 심리적 유연성과 겹치기도 합니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존중을 하라고 했더니 "그게 잘못되었는데 어떻게 존중을 하냐?"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경우 정치나 이념 영역에서 이 점이 두드러지기는 한 것 같습니다. 또 세대에서도 비존중이 강한 면이 많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근데 존중을 하라는 것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동의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저 사람이 그렇다는 것을 수용하라는 것이지요. '아! 넌 그 욕구가 있을 수 있겠구나. 네게는 다른 것보다 이것이 더 중요한 가치이구나.' 이렇게 잘잘못을 따져가는 것이 아니라요.

심리치료에서는 거의 이런 내적 경계와 관련된 문제역동이 부모-자녀 관계, 직업 상 갈등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실은 직업 상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런 분들은 대개 상담 초반에는 표면화되지 않은 가족 역동 때문에 문제된 내적 경계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이는 경계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일차집단인 가족 안이기 때문이겠지요.

내적 경계는 생각이나 느낌과 같은 내적으로 진행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내적 경계는 우리가 건강에 유해하거나 불쾌한 것들을 선별하고 유익하거나 교육적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준다. 건강한 내적 경계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의견, 생각, 감정을 타인의 의견, 생각, 감정과 분리할 수 있으며, 타인이 자신을 이해시키려 할 때도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타인의 관점에 개방적일지라도, 스스로 마음을 정하고 자신의 느낌에 따른다. 비록 타인의 의견과 다를지라도 내적 경계는 자신의 의견, 신념, 감정을 강화하고 확신시킨다. 좋은 내적 경계를 가졌을 때는 특정한 방법으로 느끼고 생각하도록 타인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또한, 좋은 내적 경계는 생각, 의견, 느낌에 대한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면서도 타인과의 연결감을 가질 수 있다. 내적 경계가 강하면서도 유연할 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위해 타인을 비난하지 않으며, 타인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도 타인과 공감할 수 있다. 차이를 위협으로 느끼는 대신, 그것들을 수용하고 심지어 즐길 수도 있게 된다. 만약 한 친구가 중요한 주제에 대해 자신과는 다른 관점과 의견을 갖고 있거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친구를 싫어하거나 친구의 의견에 따르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바꾸지 않고도 그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출처 : 감각운동 심리치료

나 스스로가 건강한 내적 경계를 가졌는지 살펴보려면 위의 줄친 부분들을 확인해보면 됩니다.

① 남이 나와 다른 의견이나 감정을 보일 때 내 마음에 요동이 치는지, 아니면 잠시 호기심과 당혹감이 일더라도 바로 평점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②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서도 또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신념과 판단, 내 안의 감정을 신뢰할 수 있는지, 아니면 휘둘려지거나 나를 부정하게 되는지

③ 내 것이 맞다고 타인을 설득하고 긍정을 확인하려는 모드가 과하게 작동하는지 아니면 내 것을 제시한 후 상대의 가부 여부에 상관없이 넘어갈 수 있는지

④ 생각과 관점, 대처의 차이가 다른 것을 확인하더라도  (특히 내가 꼭 관계를 유지해야할 경우에서) 그 사람과의 유대가 이어지는지 아니면 많이 거리를 띄우게 되거나 단절로 이르게 되는지

이 주제로 글을 쓰다보니 저와 같은 직업이되 기질과 성향이 정 반대인 지인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참고로 제가 이 직업 사람들 중에서는 기질적으로 다소 튀는 성향이기는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저와 대인 간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접근법이나 관점,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많이 다르거든요. 물론 직업이 같으니 명확한 공통점이 생각보단 많을 수는 있지요. 그럼에도 때로 말하다보면 동의가 안되는 부분도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저에게 유익하고 도움이 되며, 연결감을 느낍니다. 그 선생님 덕분에 저와 다른 기질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고 특히 자기 경계를 소중히하는 태도를 배웠거든요. 그래서 만난 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 봐야 하는데'라는 의무감도 마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그렇게 된 이유 중에는 물론 그 선생님이 가진 매력과 여태 알아온 시간도 작용하기는 하겠고요.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와 그 선생님 둘 다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신경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