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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모음

'문제가 되는' 미루기(지연행동)에 대하여...

psyglow 2025. 5. 14. 11:19

출처 : Gemini

지연행동의 정의, 분류 및 측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란 논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권석만 교수님과 그 제자분이 한 연구로 한국심리학회지에 개재되어 있습니다.

지연 행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현상이라고 논문은 시작부터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중 적게는 50%, 많게는 무려 70~95%가 학업 장면에서 미룬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지연행동의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4~20%의 성인이 만성적인 지연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일단 가끔씩 일어나게 되는 미루기(지연행동)까지는 우리가 문제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성적이 될 경우, 혹은 만성적이 될 것 같은 조짐을 보이게 될 경우 우리가 주목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통계 결과가 생각보다 많게 느껴지지만 또 주변에서 종종 관찰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지기도 하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지연행동을 심하게 할 경우 정신건강과 삶의 질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구를 안 해봐도 알 것 같은데, 당연히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 논문을 보게 되면 지연행동이 단순히 역기능적인 것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능동적 지연행동(active procrastination)이나 계획된 미루기(planned delay)와 같은 것도 있어서 우리가 자신의 지연행동을 관찰해보면서 이게 스스로 자발적인 과정에 의한 것일지, 즉 어떤 상황이나 내적 충동과 욕구에 단순히 끌려가지 않고 선택한 것인지 여부를 가늠해봐야 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그동안 지연 행동을 연구해온 과거 논문들에서 조작적 정의, 즉 구성개념들을 검토하고, 그 유형화와 측정방식의 타당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부적응의 증상으로 언급되는 지연행동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불이익이 있을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기조절의 실패로 인해 중요한 과제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미루거나 회피하다가 심리적 고통을 느끼거나, 기한 내에 완성하는 데 실패하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역기능적인 행위라고 종합해볼 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시간적 요소’, ‘과제의 중요도’, ‘역기능성’, ‘자기조절의 실패’, 과제를 수행하고자 하는 의도와 행동의 불일치가 핵심으로 들어가면서 그로 인해 느끼게 되는 주관적 불편감도 고려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루기의 영역에 따라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일반적(만성적) 지연행동’, 다양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고 선택하기를 지속적으로 미루는 결정 지연행동’ 등의 개념들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성격 요인에 따라 지연 행동을 분류한 것에 눈이 갔습니다BurkaYuen(2008)은 임상적 관찰에 따라 지연행동에는 반항적 유형’, ‘낙천적 유형’, 그리고 불안 유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는군요. 반항적 유형은 충동적이고 시간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며 사회적 압력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인한다네요. ‘외향적이면서 신경증적인 유형(아마도 낙천적 유형)’은 활력이 있으면서도 긴장되어 있고,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과제를 부과한다 합니다. 우울하고 신경증적인 유형은 활력 수준이 낮고 만성적으로 과제를 완성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합니다. 치료장면에서 지연행동이 파악될 경우 저 부분의 특징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개입의 전략적 가닥을 다르게 잡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논문 마지막에서 과제 수행 시점만을 기준으로 지연행동을 측정하면 과제를 어떻게수행했는가에 대한 정보를 놓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Milgram et al., 1988)고 지적했습니다. 과제를 늦게 완료하는 것은 지연행동의 여러 측면 중 하나일 뿐이며, 단지 마감기한을 넘기지 않았다고 하여 지연행동이 아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미루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급하게 수행하여 미완성인 상태로, 또는 겨우 최소한의 기준만 맞춰 마지막 순간에 제출하는 경우 시간적 측면에서는 미루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루기로 인해 수행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으므로 지연행동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연행동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다보니 지연행동이란 것 자체가 복잡한 심리 과정의 일환이고, 단순한 차원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는 점을 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