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치료의 경력이 쌓이다 보면 내담자들과 작별인사가 점차 익숙해가는 것을 체험합니다. 잘 마무리되는 상담에서는 담백하게 인사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때도 있고, 때로는 과분하게 고마움의 인사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내담자가 상담 종결을 머뭇거리거나 지연시키는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치료자 입장에서는 종결이 어떻게 느껴지냐고요?
저의 경우 앞으로 못 만난다는 점으로 생기는 아쉬움과 아직 겪지도 않은 그리움이 먼저 밀려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감정에 바로 뒤이어 내담자의 종결에 대한 갈망도 느껴지며, 기꺼운 마음이 몰려옵니다. 심리치료는 의존했다가 독립하는 과정이니까요. 즉, 심리치료가 성공적이라 하려면 잘 독립하는 마무리가 꼭 있어줘야 하는 것이라서요. 의존이 여전한 심리치료는 저에게는 ‘이 치료가 아직 성공되기에 멀었다, 효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생각을 주게 합니다. 그래서 충분히 치료적 작업이 되었고, 일상을 건사할 적응이 마련되었다고 여겨지면 어쩌면 늘 내담자보다 먼저 종결을 떠올리게 되고, 내담자가 용기를 내어 종결을 결정하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충분한 치료가 되지 않는 내담자에 대해서는 저 또한 종결 이야기가 나오면 염려가 되고, 고려를 해보라는 피드백을 합니다.
다음 글은 CBT에서 종결 때 내담자가 흔히 보이는 염려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들의 경우 작업이 충분히 진행되어 종결을 앞둔 경우들로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내담자는 대개 종결에 대해 어느 정도 걱정하게 마련인데, 치료자는 이를 다룰 필요가 있다. 이러한 걱정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나 혼자 대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내담자는 이미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혼자서 대처해 왔었다. 또한 내담자는 격려와 지지를 해 주는 치료자의 목소리를 여전히 들을 수 있으므로 심리적으로는 혼자가 아닐 것이며,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려고 애쓸 때에는 상상 속에서 치료자와의 상담에 참여할 수 있다. 치료 종결 후에는 스스로 대처하지 못하리라고 예측하는 내담자는 홀로 독립해 봄으로써 그러한 예측을(치료에서의 다른 모든 예측과 마찬가지로)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어요 : 치료자는 환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들 중 몇 개에 초점을 두었을 뿐이다. 내담자의 자조 기술은 치료 후에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치료를 종결하기 전에 내담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자가치료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담자의 목표의식이 약화되고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다.
나는 아직 낫지 않았어요 : 다시 말하지만 치료는 내담자를 완전히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며 단지 문제의 빈도, 강도나 기간을 감소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즉, 그것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것이다(Beck et al., 1979). 내담자가 문제가 있는 상황에 자기의 인지적-행동적인 기술을 적용해 보고 경험을 통해 배움으로써 자기관리는 보다 효과적인 것이 된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선생님에게 말하지 못했어요 : 이러한 표현은, 지금까지의 치료가 탐구되어야 할 '실제의 것'(예, 성적 학대)에 대한 서곡이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지금 치료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너무 늦었다. 치료자는 왜 내담자가 마지막 순간에 이러한 사실을 밝히는지와 상담을 연장할지 말지를 간략히 살펴볼 수 있다. 동의된 문제 목록에 이러한 사항을 추가하지 않고 내담자에게는 후에 '실제의 것'에 대해 집중하는 다른 상담 과정을 목적으로 치료자와 연락할 수 있다고 알리거나 내담자를 다른 치료자에게 의뢰할 수 있다. 치료자는 자동적으로 치료를 연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거나 협박당한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다시 불안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끝낼 때가 아닌 것 같아요 : 치료 종결이 다가오면서, 어떤 내담자들은 혼자 힘으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치료 후에는 자기 자신이 망가질 것처럼' 생각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현재 있는 증상의 재활성화를 유발하고 이러한 내담자에게 실제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나빠질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내담자들은 감정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치료가 끝나자마자 재발할 것 같이 두렵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종결이 다가올 때의 공통적인 경험이라는 것, 현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가치료자로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 치료후에 일어날 일은 아직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나중에 쓰게 될 자가치료 일지에는 현재의 파국적 예상과는 달리 잘 적응하고 있다고 기록될 것이다.)을 상기해 볼 수 있다.
내담자가 대개는 치료자의 노력에 고마워하지만 치료자는 내담자의 성공에 대해 과한 공치사를 하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고 내담자에게 대부분의 공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Wills와 Sanders(1997)에 따르면, 치료자는 자신이 회기 시간 동안만, 예를 들어 8시간, 10시간 또는 12시간 정도만 집중한 반면에 내담자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간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치료자는 종결이 내담자에게 있어서 필연적으로 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어떤 내담자는 자기의 호전에 대해 좋아하면서도 치료에서의 사무적인 종결을 원할 수도 있다.
출처 : 인지치료에 대해 알고 싶은 1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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