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에서 무기력한 내담자들을 마주하거나 부모교육 작업을 하다 보면, 부모들이 과도하게 자녀의 자존감을 신경 쓰고, 힘들어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려는 집착 때문에 가정환경의 구조를 제공하지 못하고 양육하는 현상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심지어 규칙과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두고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는 행동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교권 issue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우리 아이에게는 그런 규칙 적용하지 마라!”는 교육 현장의 구조까지 무너뜨리는 장면들이 연출되었죠. 이는 규칙과 한계 제공을 심리적 가해로 보는 관점이 반영된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이 관점이 '건강한 구조'와 '억압적인 통제'를 착각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자존감을 지켜준다는 명목하에 규칙과 한계 같은 구조를 없애버리면, 아이는 끝없는 자유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게 됩니다. 언제 어떤 행동이 허용될지 몰라 충동적인 기질의 아이들은 타인과 부딪히고, 억제적인 기질의 아이들은 남의 눈치만 살피게 되며 잦게 사회적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되죠.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이 나아가야 할 사회는 구조가 있는 환경이란 점입니다. 평생 집에서만 지내며 외부와 소통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족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한 온실 같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외부와 교류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그렇게 구조를 제공하지 않은 양육은 그토록 바라던 자존감이 오히려 붕괴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요.
오히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잘 마련된 구조가 우리 아이들의 심리 안정과 발전에 필수 요건이며, 잘 정립된 구조에서 동기가 발생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자기결정이론의 관점에 따르면 구조는 사람들이 유능감을 느끼고 성공 확률이 가장 높아지도록 설정된 환경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안다고 느끼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 구조에는 기대와 지침, 그것들을 충족하거나 충족하지 않는 경우의 결과가 포함되어 성공하는 방법과 실패를 피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수는 과제를 수요일 수업 시작 시에 제출해야 하며 늦을 경우 점수의 절반이 깎인다는 조건을 정해놓을 수 있다. 아이는 토요일 아침에 놀러 나가기 전에 방을 청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정보는 사람들이 행동을 계획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은 과제 마감 일을 맞추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방 청소를 해야만 하는 아이는 놀이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청소를 언제 시작할지 결정할 수 있다.
(중략)
구조와 자유는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구조를 제공하는 것은 통제나 강제와는 다르다. 자기결정이론에서 동기부여가 되는 환경은 두 개의 개별적인 차원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차원은 환경에 구조(명확한 규칙, 지침, 기대)가 포함되는지의 여부로, 이 차원의 반대편에는 혼란이 자리한다. 혼란스러운 환경에서는 일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다른 차원은 자율성 지원(선택권, 시작 행동 지원 등)으로 이 차원의 반대편은 통제다. 압력, 선택권 부재, 의견 제시 금지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자기결정이론 관점으로 보면 구조는 자율성을 지원하고 제약이 느껴지지 않는 방식으로 제 공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구조를 통제와 제약으로 보고 지침과 기대를 없애면 사람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빼앗는 셈이다. 학생이든 환자든, 직원이든, 팀원이든 모든 개인은 전반적인 목표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정보가 없으면 허둥거리게 된다. 동시에 선택권이 있고 의견 제시와 문제 해결 기회가 있다고도 느껴야 한다. 즉. 구조와 자율성 지원은 상충 관계가 아니며 둘 다 제공되어야 한다.
출처 : 끝까지 해내는 마음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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