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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모음

뇌는 변화 가능하므로, 우리는 심리치료를 한다.

psyglow 2025. 6. 18. 11:45

이미 나는 글렀어요. 망했어요. 돌이킬 수 없어요. 원래 난 이런걸요.”

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특히 우울의 증상이 있는 내담자들에게서 저런 뉘앙스의 말은 일상처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저런 말을 상담실에 와서 해준다는 것은 내담자로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상담실에 와 있는 상태란 증상을 겪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록 혹시나 괜찮아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의식에 잘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의식 아래에 있더라도 발걸음이 옮겨지는 무려 행동을 했다는 말이니까요.

내담자들의 저 말은 이런 의미입니다. ‘나는 반복된 문제에 빠져 있고 나름대로 빠져나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어요, 내가 가진 문제는 이미 습관이 되었고, 끊을 수 없는 패턴화가 되어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효용이 낮은 대처를 해보기만 하였거나 또는 나아진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너무 빨리, 확 되기를 기대한 점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한 경험을 오염시키는 생각에 사로잡혀(융합)있을 수 있고, 제대로 마음의 미로를 벗어나는 것보다는 미로 안에서만 맴도는 회피가 작용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심리치료가 도움이 되겠느냐의 질문에 꼭 설명이 필요한 것이 바로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의 개념입니다. 뇌는 유연하고, 경험과 학습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능력을 지닌다는 것이고, 또한 이것은 우리가 죽기 전까지 평생 지속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인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혹은 노년기가 되어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훈련할 수 있고, 병과 사고로 몸과 뇌에 어떤 결함이 생기더라도 재활이 가능한 것이지요.

물론 뇌에 입력된 우리의 경험에 대한 기억과 역사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확실한 물리적 외상의 손상이 있지 않은 이상에는요. 뇌는 +(플러스)만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습관과 패턴을 덮어씌울 수 있습니다. 마치 이런 것이지요. ‘왜 해와 달이 뜨는데?’라는 질문에 천동설이 연결되는 대신 지동설이 연결되는 것이지요. 물론 천동설이 우리 인류에게 꽤 많은 시간 지배적인 관념이었고, 또 우리 머릿속에 없는 것이 아니라 남아는 있지만 이제는 더는 우리가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뇌는 '가소적(plastic)'으로 잘 변화한다. 이 의미는 뇌는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한 수도, 오래된 신경망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계속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한 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가정, 즉 특정 나이 이후에 뇌는 나빠지기만 할 뿐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발견은 트라우마나 부적절한 애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뇌는 가소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학습이나 새로운 행동과 사고의 훈련으로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래되었거나 고통스러운 패턴도 변형시킬 수 있다.

지시적 마음챙김은 초점을 맞추어야 할 현재 경험의 특정한 요소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인 신경가소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힘들게 하는 낡은 패턴과 연결된 구성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차분함, 활력 그리고 중심이 잡히는 느낌에 도움이 되거나 자동으로 반응하기보다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구성요소에 마음챙김 방식의 알아차림을 지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함을 느낀다면 자신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알아차리고 있지?"라는 비지시적 마음챙김 방식으로 묻는 대신, "불안을 느낄 때, 땅을 딛고 있는 발의 느낌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어떨까?" 혹은 "조마조마한 느낌 대신, 아내의 미소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다. 뭔가 다르면서 새로운 내적 경험을 만들기 원할 때. 지시적 마음챙김은 자원이 되고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성요소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통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구성요소에 마음챙김 방식의 알아차림을 지시함으로써 습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이때 낡은 패턴을 없애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거의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던 초기 발달의 형성기에 그랬던 것처럼, 뇌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출처 : 감각운동 심리치료

그럼 신경가소성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들이 있을까요?

  1. 지속적인 학습과 도전 :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거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뇌는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합니다. 단, 인지 부하(Cognitive load)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난이도가 중요합니다. (ex. 새로운 외국어 배우기, 퍼즐 풀기 등)
  2. 충분한 수면 : 수면 중 신경 연결이 정리되고 강화되며, 학습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통합됩니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수면시간이 다른데, 피로를 충분히 풀면서 신체적으로 둔화되지 않는 수준을 만드는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깰 수 있게 합니다. 비록 눈을 감고 있으되 잠이 들지 않는 상태여도 괜찮습니다. 잠자리에 눕기 대신 다른 활동을 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3.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와 명상 : 주의 집중과 자기 인식 향상을 통해 뇌의 전두엽, 해마, 섬엽 등의 신경 구조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합니다. (ex. 마음챙김 먹기, 호흡 명상)
  4.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신체활동, 운동 : 특히 유산소 운동이나 주의집중이 결합된 운동은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분비를 촉진하여 신경세포 성장과 연결을 강화합니다. (ex. 요가, 걷기, 뛰기 등)
  5. 사회적 관계 및 정서적 지지 : 안전한 사회적 연결은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 긍정적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합니다. 관계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받는 경험으로 사회적 연결 체계가 활성화되며, 그로써 우리가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고, 세상에 대한 참여를 늘려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6. 정서 조절 및 긍정 정서 유지 : 긍정적인 감정 상태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촉진해 학습과 기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ex. 감사일기 쓰기, 유머 계발하기)
  7. 스트레스 관리 :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해마 위축 및 전두엽 기능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스트레스를 조절시킵니다. (ex. 과업무 줄이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각에 대한 인지적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