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에서 가치(value)는 심리치료에서,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생생한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동기의 근간입니다.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책에서는 나의 인생이라는 버스에서 가치가 노선도를 의미한다고 metaphor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버스에 타는 승객은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며, 우리는 그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이지요. 승객들이 어떤 상태이든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든 버스는 결국 노선도가 제시한 목적지로 가는 것이 맞겠지요. 그런데 그 승객들의 요구나 승객들의 변덕에 휘둘러져서 버스가 방향을 잃고, 노선도가 의미 없어지는 지경이 된다면 어떨까요? 그러한 상태가 바로 우리가 정신과적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보면 됩니다.
ACT에서 가치는 오롯이 나의 기질적 특징을 알아차려서 고유성을 담보한 가운데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멋진 삶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가치가 아닙니다. 그러나 ACT의 가치를 잘못 이해하게 되면 내가 나란 존재에게 적응해가는 것이 아닌, 사회에 나를 맞추고, 사회의 요구에 나를 순응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우리를 심리적으로 지치게만 만듭니다. 하지만 ACT에서 말하는 가치가 제대로 세워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하는 활동이 그 가치를 추구하는 한 일환으로써 받아들여진다면, 일을 하더라도 혹은 공부를 하더라도 몸은 비록 힘들지언정 정신적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왜냐하면 “가치는 당신을 뒤에서 후려 패는 채찍이 아니며, 실패를 가늠하기 위한 비교의 잣대가 아니다.”라고 언급되는 것처럼 가치는 판단이 아니어서요.
그저 가치는 당신이 선택한 삶의 방향입니다. 그렇기에 예를 들어 제가 더 어렸던 시절 “나는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겠어!”라고 다짐했던 목표는 가치가 아닙니다. 이것은 전문가를 제가 따고 나면 상실되어버리는 그저 목표일 뿐입니다. 그런데 ACT에서 말한 가치는 상실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결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으잉? 도달할 수 없는데 그걸 설정하라고요? 네. 가치는 순간순간 내가 할 행동에 대해 장기적인 방향을 지시해주는 것이지, 내가 완결시키려는 목표가 아니거든요. 가치는 계속하여 펼쳐지는 행위의 속성을 지닌 것입니다.
또한 가치는 느낌이 아닙니다. 가치가 느낌이라면, 우리는 기분이 긍정적인 것을 위해서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기분, 느낌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만일 가치가 느낌이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면, 그런데 어떤 것에 의해 우리의 기분과 느낌이 망쳐진다면 우리는 가치가 잃어버려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가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아주 잘 설명해주는 질문이 "느낌이 가치라면 약물에 중독된 사람이 그럼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지요. "가치의 방향으로 걸어간다는 것은 좋은 느낌(feeling good)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사는 것(living good)이다."라고 책에서는 말해주고 있군요.
가치는 고통과 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상처를 받지 않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을 눈으로 보게 된 여러분들이 문득 가치가 매우 좋지 않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통이야말로 내가 정작 뭘 가치로 여길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고통을 안 느끼려한다면 나는 가치를 설정할 수 없게 되고, 목적의식이 없는 혼란스러운 삶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만일 어떤 것에 내가 고통스럽지 않다면 그것이 아무리 다른 사람들에게는 중요하게 여겨지더라도 나에게는 가치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보면 저는 비싼 명품을 살 돈은 없다는 사실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만일 제가 명품을 탐닉하는 삶에 가치를 부여했다면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또한 가치를 향한 길은 일직선으로 평탄하지 않습니다. 가치를 향한 길은 늘 장애물을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왜냐하면 가치는 그러한 장애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헤쳐나가며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 일시적으로 좌절되고 멈출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고 다시 방향을 설정해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중요하지 않아 왔다면, 당신은 분명 삶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져왔을 겁니다. 그렇기에 아래 글은 우리에게 가치를 위해서 고통을 수용하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은 불안, 우울, 충동, 기억, 외상, 분노, 슬픔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인생을 철저히, 그리고 전심으로 살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당신이 앞에서 논의된 그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동안, 당신의 인생은 보류되었다. 시계의 째각거리는 초침 소리는 당신을 비웃었다. 또 한번의 초침 소리가 온 전한 삶을 살지 못한 채 지나가는 일초를 알리는 소리로 들렸다. 당신이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핵심 문제가 아니다. 이루어져야 할 선택을 보류해 왔다는 것이 문제다. 삶에 생동감 있게 참여하기 위해서 먼저 당신의 고통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가 요구된다.
출처 :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속으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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