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처리라는 용어는 개념화와 추론하기, 의미 만들기, 문제 해결하기, 의사 결정하기와 관련된 능력을 말한다. 인지적 처리는 경험을 관찰하고 추상화하는 능력과 행동 가능성의 범위를 가늠하는 능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능력,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삶에서 하루에 완수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계획을 짜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시간을 조직한다. 그리고 계획을 실행하는 동안에는 (예: 좌절, 피로, 신체적 불편과 같은) 감정과 감각을 무시하기도 한다. 즉 소매틱 경험(somatic experience)과 감정적 경험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동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만들지 않고 배재한 채 삶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라우마된 사람들의 경우, 트라우마와 관련된 감정 및 감각운동적 반응의 강렬함 때문에 하향식 과정(Top-down processing)의 피질 하부의 활동을 통제하는 일이 어렵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트라우마화된 사람들은 트라우마나 삶에서 겪는 다른 경험을 융통성 없이 부적절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인지적 처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런 해석은 ‘난 나쁜 사람이야.’, ‘그건 내 탓이야.’, ‘모든 남자는 위험해.’처럼 부정적이고 잘못된 우연적이고 일반적인 사고의 형태를 띤다. 모든 사고는 정신적 행동으로서의 부정적 인지와 그에 상응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감각운동적 반응까지도 만들어 낸다. 그런 사고는 트라우마화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조직하는 것을 방해하는데, 이는 인지적 왜곡이라는 침습적 패턴의 형태를 띤다. 왜곡의 결과로 그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계속 실패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지 않다는 인지 습관을 갖게 된다.
인지적 처리는 우리의 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신체 느낌이나 ‘소매틱 표지(somatic markers)’는 인지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또 사고의 논리성과 속도와 맥락에 영향을 미친다(Damasio, 1994, 1999).
정신적 행위를 할 때 사용되는 뇌 회로는 신체적 행위를 할 때 사용되는 뇌 회로와 같다(Ratey, 2002).
하향식 과정(Top-down processing) : 상위의 인지적 처리가 감정적·감각운동적 처리를 정교화하거나 방해함으로써 하위 과정을 무시하거나 조정하거나 중단시키게 되는 것
출처 : 트라우마와 몸
저 글에서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대뇌피질의 사고 영향력이 떨어지는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심리치료를 하다보면 자신의 의지대로, 인지적 처리가 되지 않아 오게 되는 내담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런 문제가 트라우마나 stress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한 분들이 있고, 또는 사회화의 제한으로 인지적 처리가 잘 발달되어 오지 못하거나 신경학적 문제로 이런 인지적 처리가 잘 활용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심리치료를 하는 치료자들은 그 어떤 심리적, 신경학적 문제가 되었든 자신의 몸을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지를 챙깁니다. 만일 자신의 건강을 혹사시켜서라도 뭔가를 하라는 치료자가 있다면 일단 비전문가임을 믿고 거르시면 됩니다.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이 무엇이냐? 먹고, 자는 그리고 신체적인 건강을 챙기는 것을 말하지요. 운동을 하면 더욱 좋고요. 물론 저도 폭식도 있고, 운동까지는 잘 해내지는 못하고 있기는 합니다(반성하며...).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토대에는 그 무엇보다 몸을 좋은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책에 쓰여있듯 우리의 몸과 마음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특히 우리가 원하는 잘 성취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기 위해서는 뇌가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뇌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 저런 몸을 챙기는 활동들인 것이지요.
일례로 피곤하면 짜증이 늘고, 몸에 활기가 있으면 평소 짜증날만한 일에도 너그럽게 넘어가는 우리들을 떠올려보면 될 것입니다. 또한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그 자리에 모인 저명한 교수님들이 잠을 어떻게 주무시냐는 질문에 공통되게 생각보다 많이(8~9시간) 자고, 안 자고는 절대 버틸 수 없다며, 수능을 보기 전 학창시절 때에도 잠을 충분히 잤다고 이야기한 것이 떠오릅니다. 물론 이 일화는 수면에 한정된 내용이지만 어쩌면 그만큼 뇌를 고효율로 발휘하는 교수님들조차 체득적으로 잠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서 그렇게 생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즉, 정말 내가 기능적인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뇌를 해야할 일에 집중하고 놀 때 노는 효율을 발휘하길 원한다면, 저러한 인지적 처리가 자주 성공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우리 몸이 적정하게 건강할 수 있도록 아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몸을 아낀다는게 일 안하고 잠만 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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