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대상, 그 의미와 역할은 한 사람의 삶에서 대부분이다.
애착이론에서는 중요한 타인과의 감정적 접촉을 추구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일생에 걸쳐 우리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일차적이고 본능적인 원칙이라고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의존이란 우리가 벗어나야 하는 유년기의 특징이 아니라 타고난 인간됨의 일부이다. 애착인물과의 유대감은 타고난 생존 기제인 것이다. 애착대상의 감정적, 육체적, 혹은 표상적 존재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며 그에 반해서 애착 대상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인식은 고통을 부른다. 타인과의 안정적인 감정적 유대는 불안과 연약성에 대한 자연 해독제이다. 긍정적 애착은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완충 지대 역할을 하는 피난처가 되며(Mikulincer, Florian & Weller, 1993), 성숙하고 유연하며 유능한 인격의 발달을 이뤄나가는데 꼭 필요한 배경이 된다. 안정 애착은 개인이 자신의 우주를 탐색하고 환경에 적응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안전기지가 된다. 이러한 안전기지는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고, 배우며, 계속적으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의 모델을 수정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신감을 증진시킨다. 또한 애착대상과의 안정적 유대는 한발 물러서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동, 감정 반응, 정신 상태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킨다(Fonagy & Target, 1997). 안정 애착을 지닌 개인은 감정적 위험을 좀 더 잘 감수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도움을 주며, 갈등이나 스트레스에 보다 잘 대처한다. 그들이 맺는 관계는 불안정 애착을 지닌 개인보다 좀 더 행복하고 안정적이며 더 만족스럽다.
안정 애착은 자신감이나 자율성도 보완해준다(Feeney, 2007). 안정적 의존과 자율성은 동전의 양면으로, 커플 관계나 가족에 대한 연구들도 이 둘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안정감은 더 일관되고 뚜렷하며 긍정적인 자기감과 연관되어 있다(Mikulincer, 1995).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을수록 우리는 더 독립적이고 더 분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델에서 건강이란 '자기만족적'이 되거나 타인과의 경계를 지키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감(sense of interdependency)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 애착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감정적 접근성과 반응성이다. 애착인물은 육체적으로는 같이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같이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감정적으로 접근할 수 없거나 같이 참여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이별의 고통과 같은 감정이 초래될 수 있다. 애착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떠한 반응이라도(비록 분노일지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감정은 애착에 있어서 핵심적이며 이 이론은 갈등이 있는 관계가 수반하는 많은 극단적인 감정들을 이해하고 정상화하는데 필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중략) 개인이나 관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위협은 애착 감정과 애착 욕구를 활성화시킨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유대감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정서 조절 수단인 것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과의 애착은 "무력감과 의미없다는 느낌에 대한 일차적 보호 수단이 된다."(Mafarlane & van der Kolk, 1996)
애착 행동이 사랑해주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안정시키는 반응성과 접촉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하게 되면, 분노에 찬 반항, 매달림, 우울, 절망과 같은 원형적 과정이 일어나며 결국은 비탄과 감정적 단절이 발생한다.
출처 : 감정의 치유력
오늘 내담자와 상담을 하던 가운데 배우자에게는 자기 감정을 다 내비치지 않고 지켜주려 마음먹었던 다짐이 무너지며 배우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다 쏟아냈다더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자신을 거부하지 않았고,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을 이해받았던 경험이었음을 개방하였습니다. 그 내담자의 배우자는 자신이 무엇을 했을지를 차마 다 알지 못했겠지만 아마도 자신의 반쪽이 위험한 마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해 준 그물망이 되어주었으리라 저는 평가했습니다. 그런 경험의 존재에 그저 제가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러지 않았다면 더 깊은 나락에 있을 내담자를 꺼내는 작업을 하는데 치료자로서 너무 많은 애가 쓰였을 것이라 가정하니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심리치료나 심리평가 장면에서 늘 안타까운 때는 저 글에서처럼 안전 그물망의 역할을 해줘야 할 애착대상이 그 역할조차 거의 못해주는 경우를 마주할 때입니다. 뭐 저도 그와 엇비슷한 경험을 거쳐온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논문에 애착이 필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손상된 애착이 배우자 지지로 나아질 수 있다는 누군가들이 본다면 순진하다고 비판당할만한 가설을 세우면서까지요.)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배우자, 누군가의 연인, 또 나이드신 부모의 자녀라면 저 글을 한 번은 꼭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애착대상의 독립성을, 심리적 적응을 나름 만들어내겠다고 사실은 그 사람이 절대 바로 설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인 줄 모르고 잘못 대하는 관계방식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를 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