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모음

다미주 이론(Polyvagal theory)

psyglow 2025. 4. 2. 14:47

스티븐 포지스(Stephen Porges) 박사가 1990년대에 제시한 이론으로, 트라우마나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이는 반응이 늘 투쟁/회피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공포 상황에 직면했을 때 투쟁하고 대항하는 것이 아닌 얼어붙은 정지된 상태로 근육이 풀리고, 의식을 잃고, 해리 상태를 경험했다는 점을 주목해 연구한 결과들을 정리하고 제시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자율신경계가 단순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대립 관계가 아닌, 진화론적 관점에서 세 가지 신경계의 위계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미주 이론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을 생물행동학적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상당 기간 심리학과 뇌 연구자들은 각성이론(arousal theory)을 바탕으로 감정 상태를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각성이론은 투쟁-도피 행동을 강조하게 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친사회적 정서상태와 부동화(immobilization, 예로 기절, 죽은척하기) 방어와 같은 전략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축소해왔습니다.

그러나 다미주 이론에 따르면, 자율신경계는 세상의 도전에 대해 미리 정해진 위계를 따라 순서대로 반응하는데, 이는 척추동물에서 자율신경계가 진화해온 순서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자율신경계가 진화하면서 신경 경로와 말초 기관을 조절하는 뇌간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통해 외부의 도전에 대한 자율신경계 반응 양식이 결정되었습니다. 인간과 다른 포유류에서 이 위계는 세 가지 신경 회로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최신 회로는 더 오래된 회로를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경의 도전에 있어서 처음에는 최신 체계(ex. 수초화 미주신경)를 통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만약 이 회로가 안전을 위한 생물학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더 오래된 회로(ex. 교감신경계)가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앞의 전략들이 모두 실패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오래된 회로(ex.비수초화 미주신경)가 반사적으로 가동됩니다.

기능적으로 볼 때 인간에게 더 오래된 미주신경 회로는 움직임을 멈추고 대사를 줄이는 적응적인 반응을 하는데 반해, 최신 회로는 자발적인 사회적 관여와 건강, 성장, 회복을 촉진하는 평온한 상태를 조절하게 됩니다. 계통 발생적 위계를 따라 이 두 미주신경 회로 중간에 투쟁과 도피 행동을 주관하는 교감신경계가 존재합니다.

포유동물은 생존을 위해 적과 아군을 구분하고, 환경의 안전성을 판단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미주 이론에 따르면 포유동물에서 자율신경계는 정서 처리와 스트레스 반응을 위한 신경생리적 기질로서 기능합니다. 그리고 적응적 행동과 심리적 경험의 범위가 생리적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고 봅니다. 신경계의 진화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이로부터 회복하는 것과 같은 몸과 행동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형성된 것인거죠. 

포유류의 계통발생적 발달을 따라 수초화 미주신경 체계를 통한 심장의 신경조절능력이 향상되었고, 이 통합척 체계를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 안전과 위험에 대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교감신경계나 부신을 활성화하지 않고서도 개체가 일시적으로 교감신경계의 긴장도를 올리고 교감신경계가 항진될 때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생물학적 비용의 낭비 없이 상황에 일시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고, 또한 잠재적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하게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얼굴과 후두, 인두의 신경 조절이 향상되어 사회적 의사소통과 관련되는 복잡한 얼굴 표정과 소리내기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계통발생적 경로를 따라 중추신경을 통한 행동조절 능력이, 특히 환경 도전에 재빨리 개입하거나 이로부터 철수하는 것과 연관된 행동 통제가 월등하게 향상되었고, 뇌와 내장 사이의 양방향 소통이 훨씬 더 원활해졌으며,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몸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신 과정이 형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회로를 우리들이 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내장상태를 안정시키고, 친사회적 상호작용을 더욱 촉진할 수 있는 치료 모델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 제안합니다. 그로써 약물치료에 의지하지 않고 사회적 상호작용과 대인관계 행동이 지닌 심오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이용하여 몸 상태와 행동을 신경학적으로 조절하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보 출처 : [감정의 치유력] 책에서 일부 발췌